[큐레이션] 🗣 여담이 말하는 여담: 1-50호 돌아보기 🗣

🗣 여담이 말하는 여담: 1-50호 돌아보기 🗣

어느덧 10호를 앞두고 있는 여담이 지금까지 구독자님과

50편의 영화를 나누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여담과 함께 한지는 오래되었지만 영화를 보지 못해서,

혹은 바빠서 아직 열어보지 않은 편지가

많은 구독자님들을 위해,

그리고 아직 여담을 알아가고 계신 구독자님들을 위해

필진이 직접 추천하는 5편의 여담을 들고 왔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저희가 글 한 편을 선보이기 위해

어떤 대화를 거치는지, 그리고

필진 한 명 한 명이 서로의 글을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가

조금이나마 전해질 수 있길 바랍니다. 💌

그럼, 시작합니다!

🍀 한님이 추천하는 🍭 유안의 글

도이 노부히로,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추워진 날씨 탓인지, 한 해에 대한 부채감 때문인지 연말을 앞둔 이 시점은 항상 삶과 행복, 관계에 대한 고민이 가득해집니다. 좋아하는 일과 안정적인 삶을 두고 행복의 경중을 따지는 행위. 혼재된 관계망 속에서 나의 일 년과 인연을 되새겨보는 행위. 어떠한 가치를 삶의 방향성으로 두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럴 때면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속 무기와 키누 그리고 그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리는 유안의 글이 생각납니다. 어느 한쪽에 이별의 책임을 전가하기보다 방식이 다를 뿐 ‘현상 유지’를 위해 저마다 노력했다고 쓴 부분인데요. 늘 이 지점에 멈춰 지금의 나는 무기와 키누 둘 중 어느 쪽에 더 동하는지, 그래서 이상과 현실 사이의 어느 지점에 삶을 위치 짓고 있는지 가늠해 보곤 합니다.

“키누에게 현상 유지는 무기와 예전처럼 좋아하는 것을 나누며 힘들더라도 즐겁게 사는 것임에 비해, 무기에게 현상 유지는 키누와의 앞날을 생각해 앞으로도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더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여러분도 비슷한 고민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찬찬히 인연과 삶의 궤적을 좇는 열여덟 번째 여담 [추억을 마음속에 묻어두고 가끔 꺼내 보아요]를 조심스럽게 추천해봅니다.

🍭 유안이 추천하는 🍋 성하의 글

박찬욱, 〈헤어질 결심〉

지난여름, 한 편의 영화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바로 〈헤어질 결심〉인데요. 쌀쌀해지고, 어둑함이 더 빠르게 찾아오는 계절이 오면서 다시 이 영화가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마흔두 번째 여담 [눈을 가리고 침잠하는 사랑]은 〈헤어질 결심〉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글은 서래와 해준의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심리를 성하 특유의 세세한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저는 특히 성하가 이야기한 서래의 ‘결심’과 ‘결단’이 생각나는데요. 결심했지만 사랑하기에 차마 하지 못했던 결단과 그래서 다른 결단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묘사가 계속 영화와 이 글을 곱씹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서래는 헤어짐을 ‘결단’하지 않았다. ‘헤어질 결심’은 오로지 심정적이다. ‘사귐이나 맺은 정을 끊고 갈라서’기 위해 다시 결심을 해야 할 때, 그것은 ‘끊고 갈라섬’이라는 행위 자체는 일단 유보하고 있다. 해준을 걱정하면서도 그와 아직 헤어지고 싶지는 않은 마음은 연을 끊고 갈라지는 대신 자신을 이 세계에서 소거시킴으로써 영원히 해준의 마음에 남겠다는 결단이 되었다.”

여러분도 성하와 함께 〈헤어질 결심〉의 매력에 빠뜨려져 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 성하가 추천하는 👾 예은의 글

파벨 포리코브스키, 〈이다〉

다이애나, 엘로이즈, 스나, 이다, 수인, 케이시 그리고 버지니아. 예은의 여담에 자리한 여성들의 이름을 떠올려 봅니다. 엄격한 규율 또는 사회적 시선에, 혹은 가장 가까운 이들의 억압 아래 놓여 있는 이들. 예은의 글에선 유독 그 여성들에 주목하는 시선이 돋보입니다. 그들은 종종 실패를 경험하고 때론 나약해 보이지만 사실 강인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예은의 문장들은 그 강인함을 가능한 온전하게 전합니다.

[흔들리는 뿌리에 디디는 삶]은 그 다정한 문장이 파벨 파블리코브스키의 다정한 흑백을 만나 따뜻한 울림을 남깁니다. 안나가 이다를 받아들이는 과정 속 놓치기 쉬운 선택들과 고민들에 주목하는 이 글은 인물의 미세한 움직임, 시선과 떨림, 소음과 적막 속에서 발견해낸 단단함을 천연하게 옮겨 놓습니다. 천천히 단어들을 되새기다 보면 이다의 강인함이 제 안에 자리하는 기분이 듭니다. 눈 덮인 폴란드의 어느 설원을 꺼내보기 좋은 이 계절, 이 여담이 여러분께도 그렇게 다가갔으면 해요.

👾 예은이 추천하는 🍄 세림의 글

김초희, 〈찬실이는 복도 많지〉

단정端整-하다. 세림의 글들은 언제나 그런 인상을 줍니다. 한 호흡으로 읽히는 말마디들은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읽을 때마다 낯설고 정답지만 저번과 다른 어떤 것들을 질문하곤 하죠. 이 사회에 대해, 거기 놓인 개인들에 대해, 어린 친구들에 대해, 우리의 미래에 여전히 함께하고 있을 자연에 대해.

그래서일까요. 서른두 번째 여담이 “나는 네가 걱정이 된다.”며 운을 뗐을 때, 왠지 모르게 울컥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찬실’이 만남을 통해 삶을 사는 다른 태도들을 알게 된 것처럼, 정갈하게 써 내려간 편지 속 마주한 삶에 몇 번이고 밑줄을 긋고 말았어요.

“”잘 된다”와 “잘 지낸다”라는 말이 다르듯, “아무거나 써도 된다”와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라는 말이 다르듯 ‘자주 만나고 깊이 생각하는 것’과 ‘자주자주 만나고 깊이깊이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작은 것에 정성을 들이고 애써서 사는 태도는 나에 대한 존중이고 삶에 대한 예찬이다.”

너무 쉽게 지나쳐버리는 마음과 순간들이 있습니다. 갈수록 그렇게 살기가 쉬워져요. 마치 그런 익숙함이 전부인 것처럼 굴 때도 많고요. 속단은 좌절을 부르곤 하는데, 그럴 때면 조금 서글퍼집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걸까?”

[공들여 행복 알기]는 이 지루한 물음들을 다시금 애써서 고민합니다. 그 시간을 당신께 전해드리고 싶어요. 가끔 그런 다정함이 필요할 때, 세림이 고이 접어둔 얘기들을 꺼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세림이 추천하는 🍀 한님의 글

도리스 도리, 〈파니 핑크〉

한님의 글을 읽으며 느낀 건 써내려간 글이 항상 귀엽고 재치있다가도 제법 묵직한 말들을 건네준다는 점인데요. 한 문장 한 문장을 읽다가 생각지도 못한 단어를 발견할 때면 끝이 뭉툭한 쪽지를 받은 기분이에요. 누군가의 고결한 시작을 지켜볼 때 그랬고, 끝없이 떨어지는 존재들의 사랑을 목격할 때 그랬고, 수상한 주술사를 만나 사랑의 의미를 발견한 ‘파니 핑크’를 마주했을 때 그랬습니다.

[오롯이 나를 사랑하는 법] 속 한님의 문장들은 본인조차도 사랑하지 못하던 파니를 한껏 사랑스럽게 담아냅니다. 사랑과 죽음, 운명과 불안이 오가는 현장을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사랑에 목매는 파니를 이해하고, 함께 오르페오와 가까워지며, 실없는 웃음을 짓기도 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위로가 피어납니다. 사랑이 오롯하기 위해선 나라는 존재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 그 온전함은 단순히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나’를 보듬는 데서 온다는 것.

“누군가를 통해 자신의 결핍을 채우고 사랑받고자 하는 삶이 아닌, 현재 본인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할 파니이기에. 사랑은 누군가로부터 받아야 마땅한 것이 아닌 내줌으로써 계속될 수 있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자신을 구원할 사랑은 타인의 사랑이 아닌, 파니 핑크 본인의 사랑임을 알기에. 그런 파니가 내게 노래한다.”

어때요, 뭉툭한 쪽지 받으신 것 같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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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1

1주년 기념 큐레이션

큐레이션 #3

100호 기념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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