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본 적 있나요? 🌧

🌧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본 적 있나요? 🌧
도이 노부히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여름은 참 신기한 계절입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에, 주룩주룩 흐르는 땀에, 찜통에 들어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느끼게 만드는 습기. 또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장마는 왜인지 모를 우울함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름이 지나가고 나면 그 모든 것들을 다 잊은 양 금세 그 뜨거운 계절이 그리워져요. 이런 우리의 그리움에는 여름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영화들의 역할도 크리라 생각합니다.

 

여름하면 떠오르는 많은 영화가 있죠. 우리는 여름 영화를 통해 수많은 나라의 각기 다른 여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저는 여름 하면 특히 일본 영화들이 떠올라요. 〈바닷마을 다이어리〉처럼 잔잔하고 맑은 영화도 떠오르고, 〈분노〉같이 끈적하고 땀에 젖어 찝찝한 영화도 떠오르네요. 이런 많은 영화 가운데 오늘은 비의 계절이 다가오면 생각나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아이오 타쿠미, 아이오 미오, 아이오 유우지. 이렇게 세 식구가 운명처럼 만나고 운명처럼 이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사랑하는 아내와 엄마를 잃은 타쿠미와 유우지에게는 미오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미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미오가 떠나기 전 유우지에게 남긴 동화책에는 아카이브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비의 계절이 돌아오면 그리운 사람이 아카이브별에서 찾아온다는 이야기예요. 유우지는 그 동화책을 보며 비의 계절에 미오가 아카이브별에서 다시 돌아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있지요. 그렇게 비의 계절이 찾아오고, 녹음이 우거진 곳에서 타쿠미와 유우지는 미오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돌아온 미오는 타쿠미와 유우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요. 그렇게 아이오 가족은 익숙하면서도, 꿈만 같고 새로운 만남을 경험합니다.

타쿠미와 미오, 유우지의 인연은 마치 톱니바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오 가족의 모든 만남은 맞물려 돌아가고 있어요. 타쿠미와 미오는 두 사람의 관계가 각자의 일방적인 사랑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의 노력으로부터 나온 결과입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조그마한 부분들까지도 서로의 선택과 다짐을 통해 달성된 것이지요.

 

타쿠미와 미오의 운명에는 빠진 부품이 없습니다. 미오가 다시 돌아온 것도 아이오 가족의 잠시 멈춰진 운명이라는 기계를 돌리기 위한 하나의 톱니바퀴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미오는 꿈같은 만남을 통해, 타쿠미는 미오의 다이어리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타쿠미와 미오가 서로를 더 사랑하게 만들어 주었죠. 미오는 그 꿈 같은 경험으로 자신의 미래를 알면서도 다시 한번 타쿠미와 유우지를 만나러 가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이 미오의 선택이 바로 아이오 가족의 운명을 돌아가게 하는 마지막 부품이 아닐까요?

미오와의 기적 같은 만남은 유우지에게도 큰 의미입니다. 사실 떠나기 전의 미오는 유우지와의 재회를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미오는 유우지가 자신 없이도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많은 것들을 남기고 가지요. 첫 번째 이별과 두 번째 이별 모두에서요. 미오가 첫 번째 이별에서 남겨준 동화책은 유우지에게 엄마와의 재회를 알려주는 역할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세상에 떨어진 미오에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역할이기도 하죠. 비의 계절에 돌아온 미오는 동화책을 통해 자신이 다시 떠나야 함을 알고 유우지와의 두 번째 이별을 준비합니다. 유우지에게 계란프라이를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10년 후의 유우지의 생일 케이크를 미리 준비하기도 하면서요.

 

마지막에 영화는 미오가 미리 준비한 생일케이크의 마지막 촛불을 끄는 날로 돌아옵니다. 타쿠미는 유우지의 생일선물로 미오의 다이어리를 전해줍니다. 아마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의 유우지는 모든 일을 알게 되었겠지요? 이 기적 같은 만남들 속에서 모든 톱니바퀴를 알게 된 유우지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또 이는 앞으로의 유우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저는 이상하게도 우리는 미처 알 수 없는 유우지의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저는 비를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 영화를 생각하면 그렇게 싫어하던 장마가 기다려지고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장마가 오는 날에 이 영화를 보면 그 속의 감정들이 더 와닿는 것 같아요.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고요. 저에게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운명 같은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만들어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타쿠미와 유우지는 미오가 떠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처음 그를 떠나보냈을 때는 제대로 이별하지 못했어요. 미오가 다시 찾아온 것은 필연임과 동시에 타쿠미와 유우지에게 제대로 된 이별을 고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도 잠깐 넋을 놓으면 금세 찾아와 그리움에 사무치게 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끔은 그리움에 밤잠을 설치기도 해요. 아마 제가 제대로 된 이별을 아직 하지 못한 탓일지 몰라요. 이런 저에게 아카이브별은 큰 위로입니다. 그리움을 뒤로 한 채, 비의 계절에 나에게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환상을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가게끔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여러분도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 사랑하는 사람이 그립다면, 비의 계절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면서 잊지 못한 사람에 대한 진정한 이별을 준비해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우리도 언젠가는 아카이브별로 떠나게 될 것이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전까지 우리는 타쿠미와 유우지처럼, 지구에서의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하니까요.
P.S. 비의 계절을 생각하면 유독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이 떠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네요. 당신의 연기와 작품은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었습니다. 아카이브별에서는 더 행복하고 편안한 삶이기를 기도합니다.
210819_유안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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