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의 그해 여름, 🌊 어렸던 그 시절의 서늘함 그리고 무더움 🌊

🌊 어렸던 그 시절의 서늘함 그리고 무더움 🌊
카를라 시몬, 프리다의 그해 여름

당신에게 여름은 어떠한 계절인가요? 누군가에게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 나는 뜨거운 계절이거나 주변 사람과 함께 바다나 계곡으로 여행을 떠나는 계절일 수 있겠죠. 아마도 1993년의 프리다에게는 복잡다단했지만 희망을 맞이하게 되는 계절이었을 거예요.

 

〈프리다의 그해 여름〉은 프리다를 중심으로 하여 그가 보낸 여름의 서늘함을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로는 맞이할 따뜻함을 예고한답니다. 1993년 초록빛이 맴도는 여름에 프리다는 어머니를 여의고 외삼촌 에스테베, 외숙모 마르가, 사촌 동생 아나가 사는 카탈루냐의 집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어요. 6살 나이에 친척 집에 간 프리다는 성장통을 겪으며 냉기를 느껴요.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새로운 환경에 놓였기 때문이에요. 친척 집 사람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에서 비롯된 외로움에 짓눌리며 힘들어하죠.

프리다가 느낀 외로움과 고통은 반항하는 계기가 되어요. 외숙모 마르가에게 삐딱하게 반항을 하며 사고를 치기도 합니다. 결국 사랑의 결핍과 외로움에 파묻힌 프리다는 카탈루냐의 집을 떠나려고 계획하는데요.

 

떠날 채비를 한 그녀가 맞이한 결말을 보면서 저는 저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되었답니다. 어렸고 미성숙했기에 힘들었고 어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옛날의 저를요. 실제로 감독인 카를라 시몬은 이 영화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은 자전적인 작품이라고 밝히며, 감상자들도 영화로 그와 비슷한 무언가를 느끼고 공감하기를 바랐는데요. 마치 저처럼 지금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도 영화를 보다 보면 아물지 않았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게 되실 거예요.

영화는 마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6살 소녀 프리다의 시선을 따라 영화를 보면 프리다를 둘러싼 현실은 두렵고도 매섭습니다. 어른의 시선으로 영화를 본다면 인물들이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속사정을 숨기는 등 프리다를 진심으로 아끼는 것처럼 느껴지지만요.

“인형이 왜 이리 많은 줄 알아?”
“다들 날 많이 사랑하거든. 날 많이 사랑하니까 인형을 준 거야.”

프리다는 어린아이로서 미성숙한 행동을 하면서도 아픔을 표출하는 아이예요. 어머니를 잃었기에 애정 결핍을 느끼고 있지만, 선물 받은 인형을 자신이 받은 사랑의 징표처럼 생각하며 자랑하죠. 마치 엄마가 된 것처럼 감싸 안고 사랑을 느끼면서도 아나한테는 인형을 만지지 말라고 경계하기도 하고요. 또 아나를 데리고 간 푸른 연못에서 자신의 수영 실력을 자랑하고, 그를 따라서 물에 들어오려다가 빠진 동생을 방치하기도 해요.

 

프리다는 아마도 갑자기 변화된 상황으로 인해 새로운 가족과 장소에 적응해야 하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게다가 그의 어머니가 에이즈로 돌아가셨다는 이유로 프리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고 차별하기도 했죠. 그래서 프리다는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함께 지내게 될 사람도 자신에게 애정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프리다는 즐거움 속에서도 아픔을 느끼고 마음속으로 고통을 참다가도 갑자기 표출하고는 해요. 감당하기 어려운 파도가 그를 휘감았기 때문이죠.

 

〈프리다의 그해 여름〉은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질 정도로 느린 속도감을 가진 관찰자적 양식의 영화에요. 영화는 프리다의 표정과 행동을 자세하고 진득하게 보여주어서 관객이 인물에게 주목하게 하는데요. 덕분에 여러분도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프리다의 마음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여름이고 촬영지는 카탈루냐의 어느 시골 마을입니다. 그래서 시골 풍경이 따스하면서도 청량하게 나오고 영화 전체적으로 어여쁜 색감이 특징적이에요. 특히 프리다의 심적 혼란이 극대화되었을 때 나오는 장면도 시각적으로 주목할 만해요. 프리다는 함께 놀자는 아나를 데리고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깊숙이 들어간 프리다는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고 아나를 나무에 두고 와요. 외숙모가 어디에 아나가 있는지 물어봐도 프리다는 시치미를 떼죠. 이 시퀀스를 카메라는 핸드헬드 기법으로 인물들을 따라가며 보여주고 초록의 싱그러움이 풍기는 여름의 숲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천천히 전달해줍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여름철 시골의 분위기이지만 그래서 프리다의 마음속 소란이 평화로운 여름과 대비되어 더욱 시리고 아프게 느껴져요.

 

그러나 고통이 온 뒤에 행복이 따르는 것처럼 프리다의 차가웠던 여름에도 따뜻함이 찾아옵니다. 엔딩에서 서늘함에 파묻혔던 프리다가 무더움을 맞이하기 직전에 놓이게 되는데요. 이는 영화가 끝나고 시간이 흐른 후에도, 저의 마음에 큰 파동을 일으켰답니다.

 

윤가은 감독님의 〈우리들〉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비교하면서 감상하시는 것도 추천해 드려요. 두 영화 모두 성장의 길목에 서 있는 아이만의 서툰 감성을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비슷해요. 또, 두 영화 모두 여름이 배경이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펼쳐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죠. 〈프리다의 그해 여름〉의 화두가 가족이라면 〈우리들〉은 친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요. 두 영화 모두 저 그리고 여러분에게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게 한다고 생각해 소중한 작품이에요.

 

〈프리다의 그해 여름〉은 엄청난 열기가 오기 전 초여름에 잘 어울리면서도 차가운 영화이기 때문에 초가을에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는 어린 시절 여러분의 계절을 아름답게 채색해줄 거예요. 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을 맞이하기 전, 1993년의 여름 속 프리다를 따라서 과거의 여러분을 마주해보는 것 어떠신가요? 힘들어하던 자신이라면 포근하게 안아주시고, 행복해하던 자신이라면 나아갈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봐 주세요.

210826_정민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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