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원더스, 🐝 집을 떠난 벌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

아버지 몰래 신청서를 내고, 갑자기 찾아온 관계자 몰래 작업장을 청소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젤소미나 가족은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고군분투가 무색하게도 ‘전원의 신비’ 우승은 실패로 돌아간다. 우승의 주인공은 이웃 농부, 독한 제초제를 써서 벌들이 폐사하게 만든, 우승상금을 아그리투리스모에 사용해 관광객들이 찾아올 수 있게 하겠다던 남자다. 전통의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 에트루리아 의상을 입히고 어두운 동굴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선 젤소미나 가족이 생산하는 꿀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입안에서 벌을 꺼내는 젤소미나의 장기를, 벌과 교감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전통의 보존을 말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농업 정체성이 뒤흔들린다. 하지만 전통을 무너뜨릴 것 같았던 아그리투리스모가 되려 현대 이탈리아 농업의 새로운 활로가 되었듯, 마을에 모여든 자본과 관광객은 소규모 농장 전통을 보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젤소미나 가족이 떠나고 벌들이 사라지더라도 농촌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이 맥락에서 〈더 원더스〉를 읽어 보면,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하는 로르바케르 영화들의 토대가 되는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키메라〉에서 예술품에 가치를 매기는 물질주의를 조명하기 전, 〈행복한 라짜로〉에서 농촌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자본주의를 고발하기 전, 〈더 원더스〉에서는 ‘전원의 신비’를 통해 전통의 가치를 매기는 현대사회를 이야기한다. 그 방식이 향수나 경고가 아니라 관찰과 기록일 뿐이다.

아마 젤소미나는 양봉 일을 점점 손에서 놓게 될 것이고, 마을엔 관광객이 점점 모여들 것이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보았듯 젤소미나 가족이 모여 살던 농장은 어느새 빈집이 되어 남을 것이다.

어떤 시대는 지나가고, 누군가는 죽고, 신화는 흐려지고, 공동체는 부서진다. 해마다 사라진 벌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