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워, 🍸 영원한 사랑을 가능케 하는 방법 🍸

사랑이 이루어지는 도시 파리에 왔으니 두 사람도 멋진 예술가 커플로 남을 수 있을까? 정치를 피해 왔지만, 이번엔 신념이 끼어든다. 줄리는 빅토르에게 예술가로서의 태도에 관해 질문한다. 이게 당신이 되고 싶던 예술가의 모습이 맞느냐고, 우리가 떠나온 도시를 업신여기는 새 애인과, 젠체하는 사람들과 파티하는 게, 스튜디오에서 지적이나 하는 게 당신이 하고 싶은 예술이냐고. 그녀는 병째 술을 들이켜고, 테이블 위에 올라가 춤을 추고, 완성된 레코드판을 길가에 던져 버린다. 만날 수 없는 처지를 슬퍼하는 연인들의 노래는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고 아름답게 울려 퍼지지만, 그녀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확신이 사그라들자 줄리는 다시 말없이 떠난다.

관계를 가꾸어 나가는 지난한 과정 대신 조용하고 치열한 관념의 전쟁과 그 잔혹한 힘이 연인을 움직이는 사랑의 관성이 된다. 줄리는 파리를 떠나고, 빅토르는 신분을 잃고 쫓겨나 수용된다. 그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기까지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이전의 정체성은 흐려지고 수용소에 들어가는 고난을 겪는 이 과정을 영화는 서술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갇힌 감옥에 찾아와 여기서 반드시 꺼내주겠노라고 말하는 줄리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가 겪는 고난 역시 감춘다. 연인은 서로를 구하고, 정말로 너덜너덜해진 채 결말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