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갈, 🤼‍♂️ 세상을 향한 통쾌한 뒤집기, 당갈! 🤼‍♂️

🤼‍♂️ 세상을 향한 통쾌한 뒤집기, 당갈! 🤼‍♂️

니테쉬 티와리, 당갈

♬ Sarwar Khan, Sartaz Khan Barna – Haanikaarak Bapu

(위 음악과 함께 〈당갈〉 글을 즐겨주세요 ♬)

안녕하세요. 저는 기타예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세 명의 여동생과 함께 인도 발랄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어요. 제 아버지는 레슬링 선수셨어요. 마하비르 싱 포갓, 들어보신 적 없으세요? 저희 마을에서는 조금 유명한데. 예전에 전국 챔피언까지 한 마을 영웅이세요. 하지만 저한테 아버지는 독재자일 뿐이에요! 남자애 두 명 때렸다고 갑자기 저랑 제 동생 바비타한테 레슬링을 시키는 거 있죠? 아침 댓바람부터 뛰게 하고, 남자애들이나 입는 반바지나 주고, 맛있는 음식은 절대 못 먹게 해요. 심지어 저번에는 제 머리카락도 잘라버렸어요. 저 이제 시집 못 가는 걸까요? 맨날 대자연을 존중하라는데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더는 모래판에 가고 싶지도 않아요. 아빠는 정말 우리 건강에 해로워요!

근데 말이에요. 오늘 기분이 좀 이상해요. 사실 아까 연습 빼고 몰래 제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거든요. 이름도 모르는 남자랑 결혼한다니, 친구는 울상만 짓고 있고,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고 노래나 부르고 있더라고요! 물론 저도 열심히 춤추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 그 친구가 저한테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우리 아빠 같은 부모를 갖고 싶다고요! 자기 아빠는 태어나서부터 집안일만 시키다 열네 살이 되니 짐 치우듯 결혼시키는데, 제 아빠는 저희 미래를 위해 세상과 싸우고 있다면서요. 근데 그 말을 들으니 괜히 눈물이 나는 거 있죠? 내일부터는 열심히 레슬링 연습을 해야겠어요.

금메달 선수라는 꿈을 자녀에게 투영한 아버지와 이에 고통받는 아이들. 어쩐지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불편합니다. 꿈을 상상하기 시작하는 나이에 누군가의 꿈을 강요받고,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도록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가혹한 폭력이었습니다. 그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구와 노는 게 더 중요한 나이인데 말이에요. 연습 시간을 늦추고자 시계를 조작하기도, 일부러 힘을 빼고 시합하기도 하는 기타와 바비타의 행동은 그들이 아버지한테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이었습니다.

그러던 아이들이 진지하게 레슬링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결혼을 앞둔 친구의 조언이 그들을 인도의 여성 억압적인 구조에 눈뜨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여자가 어떻게 레슬링을 할 수 있냐는 동네 사람들의 물음과 조롱, 여성은 얌전히 집안일을 배우다 시집가는 게 미덕인 세상의 편견 말이에요. 그런 사회 속에서 열네 살의 아이들에게는 이름 모를 남자에게 시집가야 하는 친구의 조언이 어떻게 느껴졌을까요?

특히 인도는 여전히 조혼 풍습이 남아있는 곳인데요.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이나 어린이의 혼인을 법적으로는 금지하고 있음에도 매년 150만 명의 10대들이 조혼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심해져 조혼 비율이 더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당시 인도의 두 여자아이가 처한 상황은 지금보다 더 열악했을 겁니다. 어쩌면 기타와 바비타에게 있어 인도 사회는 아버지의 요구만큼, 그보다 더 그들을 억압하고 있었을 테죠. 오히려 자신을 평범한 소녀가 아닌 레슬링 선수로서 바라본 아버지의 시선이 낯설었을 겁니다.

“너희 아빠는 세상과 싸우고 있는 거야. 너희 아빠는 잘못 없어.”
“우리 딸들은 멋진 여자가 돼서 결혼할 남자를 직접 고르게 될 거야.”

“당갈, 당갈!” 그렇게 아이들이 삼색의 레슬링 장 위에 발을 딛습니다. 인도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로 그리고 인도 첫 금메달을 손에 쥐는 영웅으로 성장한 기타. 물론 여기에 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갈등이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난생처음 달콤한 일탈을 맛보기도, 불쑥 찾아온 슬럼프에 힘겨워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그는 어느새 길어진 머리카락을 다시 자르고, 바비타와 함께 거리를 질주합니다. 과거와는 달리 본인의 ‘선택’을 통해 말이죠. 결국 인도 대표로 참여한 영연방 대회에서 기타는 당당히 우승을 거둡니다.

비록 아버지의 강요로 시작했지만 이제 레슬링은 기타와 바비타의 꿈이자 현실이 되었습니다. 나아가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다른 인도 여자아이들의 희망이 됩니다. 여성도 인도를 대표하는 한 명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그들이 증명한 것이죠.

“힘들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야.”
“내일 이기면 너 혼자 이기는 게 아니라 저런 수많은 소녀가 너와 함께 이기는 거다.
단지 그 호주 선수와 싸우는 게 아니라 여자를 무시하는 모든 사람과 싸우는 거니까.”

이렇게 영화 〈당갈〉은 인도 사회에 통쾌한 뒤집기를 시도합니다. 여성이 운동선수가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는 세상을 향해 말이죠. 혹시 여러분들도 기타와 바비타처럼 편견에 도전하고 계시나요? 기타처럼 5점짜리 뒤집기까지는 못 하겠다고요? 힘들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닐 거예요. 또 1점짜리면 뭐 어때요. 다섯 명이 모여 5점 만들면 되죠! 우리 함께 세상을 뒤집어 보자고요.

211014_한님 보냄.

〈

이전 여담 읽기

🎾 기울지 않은 운동장을 꿈꾸며 🎾

다음 여담 읽기

🌊 잔멸치덮밥을 먹던, 매실주를 마시던 그날의 기억 🌊

〉

댓글 달기 댓글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