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래쉬, 🥁 연주가 끝나고 난 뒤 🥁

영화는 앤드류가 드럼에 집중하면서 잃어버리는 것들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무대가 끝나고 난 뒤의 공연자들에게 찾아올 우울감과 적막감으로 이어진다. 앤드류는 니콜을 짝사랑하다가 친해지며 교제하게 되었다. 둘의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있었지만, 그는 사랑이 아닌 드럼을 선택했다. 성공에만 몰입해서 니콜의 사랑을 간과하고, 그녀를 무시하며 상처를 준다. 플레처의 밴드에서 퇴출당한 후, 무료하게 살던 앤드류는 다시 그녀를 만나고 싶어 연락을 취한다. 그러나 니콜에게는 이미 새 애인이 생겼고 그는 혼자가 된다.

앤드류는 연인과의 사랑뿐만 아니라 아버지와의 관계마저 상실했다. 드럼을 사랑했지만 실력이 미숙했던 시절의 그는 아버지와 함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도 하며 친밀한 사이를 유지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와도 점차 서먹해지고 만다. 멀어진 그들의 관계는 영화의 엔딩에서 극적으로 드러나는데, 카메라는 예상 밖의 선택을 하는 아들을 보고 놀라는 아버지의 모습을 조명한다. 앤드류는 플레처의 계략에 의해 관객들 앞에서 드럼을 연주하다가 실수를 하며 망신을 당한다. 엉망인 연주를 마치고 그는 무대 끝으로 가서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는 집으로 가자고 권유하지만 앤드류는 다시 드럼으로 가서 연주하고, 이에 아버지는 충격을 받는다. 이 장면은 둘 사이가 예전보다 소원해질 가능성을 암시한다. 앤드류에게 드럼은 주변인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존재이다.

드럼을 연주하는 것만이 앤드류에게 최대의 행복을 주었기에, 보통 사람들의 일상은 그에게 무대 밖 세상처럼 공허하다. 앤드류는 셰이퍼 음악학교에서 제적되고 난 뒤에 알바를 통해 겨우 생계를 유지하며, 집에서는 아버지와 티비를 보고 홀로 집에서 머무는 지루한 삶을 보낸다. 드럼에 몰입할수록, 드럼 스틱을 잡지 않는 앤드류는 공허하다.

영화는 유명 예술가들이 성공해도 결국에는 단명하거나 불행한 삶을 산다는 메시지를 제시한다. 실제로 뮤지션들이 관객의 환호로 가득 찬 공연장을 벗어나면 느끼는 공허감이 크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최고의 재즈 음악가인 찰리 파커와 같은 위치를 바라보며 달려온 앤드류가 마주할 미래는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만약 무대 아래의 관객의 입장에서 앤드류를 바라보았다면, 전율과 감동을 느끼고 그가 드럼에 몰두해 연주하는 것이 즐거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카메라를 통해 앤드류를 보면 어딘가 어둡고 쓸쓸하게 느껴진다. 그곳은 웅장하고 좋은 소리의 드럼과 대비되는, 우울하고 조용한 적막의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