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 중력을 딛고 일어나는 생(生) 🌏

하루를 온전히 작은 방 안에서 보내는 게 당연해진 지금, 당신은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나요? 저는 창 너머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자라는 풀들과 그 위로 정처 없이 부유하는 구름을 구경하기도, 해가 지면 음악도 나오지 않는 이어폰을 끼고 혼자 인공 벽난로를 보며 불멍을 때리기도 합니다. 홀로 주변의 소음을 등지고 억세게 자라는 풀과 활활 타는 듯한 조명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그 의지와 온기가 오롯이 제 공허한 마음으로 깃드는 것만 같아서요.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를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법은 아득해지고, 새로운 일을 도전하기에는 두려운 마음이 앞서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저는 더 제 방 안으로 숨어 들어갔던 것 같아요.

그렇게 조용한 방 안 의자에 앉아 눈을 감으면 이따금 제 방이 작은 우주 같다고 생각합니다. 광활한 우주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곳이지만 방 안 적막한 공기들이 주는 고요함과 압박감은 그와 비슷하게 느껴지거든요. 얽힘의 굴레에서 잠시 벗어난다는 생각에 약간의 해방감과 안정감을 맛볼 때도, 과거와 미래의 걱정들이 꼬리를 물어 괜히 몸이 간지럽거나 숨이 턱 막힐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적막’은 고요함이 주는 안정감도, 괜스레 찾아오는 우울함도 모두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전에는 무작정 발버둥 치기 바빴던 적막의 공간을 요즘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표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단어를 보고 영화 〈그래비티〉 속 주인공 라이언 스톤 박사가 제일 먼저 떠올랐는지도 몰라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드넓은 우주와 자신의 삶 속에서 적막을 겪는 인물인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