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나의 상상도 현실이 될까? ✈️

✈️ 나의 상상도 현실이 될까? ✈️

벤 스틸러,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나는 상상으로 하루를 사는 사람이다. 나의 육체는 가만히 누워 허공을 보고 있지만, 그사이 내 정신은 바다를 건너, 산을 넘어 멀리멀리 날아 세계 곳곳을 유랑한다. 상상 속에서 좀비 떼를 헤치며 건물 위를 뛰어다니기도 하고,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기립 박수를 받기도 한다. 현실에서는 그저 그런 몽상가일지 몰라도, 몽상 속의 나는 세계 제일의 모험가이다.

 

가끔은 그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머릿속에서 이미 수백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친 일들이 실제로 내 앞에 일어난다.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을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거나, 길거리에서 갑자기 인터뷰 당한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나의 상상과는 전혀 다른 결말로 향한다. 그건 내가 14,000,605번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는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지.

그리고 여기 또 한 명의 (상상 속) 세계 제일의 모험가가 있다. 월터 미티는 잡지사 라이프 지에서 필름 원화 담당자로 16년째 일하고 있다. 상상 속 월터는 출근길에 히어로가 되기도 하고, 재수 없는 상사와 뉴욕 한복판에서 추격전을 벌이기도 하며, 좋아하는 직장 동료와 로맨스 영화를 찍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의 월터는 자주 멍을 때리고, 가본 곳과 해본 것을 적을 수 없어 데이트 앱에서 윙크를 날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월터의 별다른 것 없는 하루에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난다. 월터는 그의 42번째 생일날, 16년 동안 일해 온 『LIFE』의 폐간 소식과 함께 해고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같은 날 사진가 숀 오코넬이 보낸 필름과 쪽지, 그리고 생일선물인 지갑이 도착한다. 그 쪽지에는 25번 사진에 ‘삶의 정수’를 담았으니 그 사진을 마지막 호의 표지로 써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웬걸! 월터가 펼쳐 본 필름은 25번 사진만 쏙 빠져있는 채였다. 지갑에 들어있던 ‘안을 봐’라는 쪽지대로 이리저리 뒤적여도, 필름 한 조각 보이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이미 월터뿐만 아니라 잡지사의 상사들에게도 숀의 삶의 정수라는 ‘전보’가 전달된 상태. 요즘 같은 시대에 개인 전화조차 없는 자유로운 영혼 숀을 찾기 위해 월터는 등 떠밀린 모험을 시작하고, 27번, 26번, 24번 사진을 증거 삼아 그를 역순으로 추적해나간다.

 

등 떠밀린 모험이었다 해도 그가 태어날 때부터 단조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어린 월터는 모히칸 머리로 스케이트보드 대회를 평정하던 소년이었다. 세상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배낭이 있었고, 또 어디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었다. 다만 시기가 야속하고 세월은 빨랐을 뿐. 현실에 파묻혀 어린 날의 소년을 잊어버린 월터가 이제 와서 떠나기에는 ‘시작!’하고 외쳐줄 수 있는 한 발의 총성이 부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그에게 한 발의 총성 역할을 한 것은 자신의 상상이었다. 숀의 장난이 월터를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했고, 월터의 상상은 그가 새로운 한 발을 떼게 했다.

숀을 찾아 그린란드로 떠난 월터는 26번 사진 속 손의 주인공을 찾게 된다. 숀을 찾으러 가기 위해서는 26번 손의 남자를 따라 바람이 휘몰아치는 날씨에 음주운전 헬기를 타야 하는 상황. 마치 출발선 옆에서 저 하늘을 향해 신호총을 겨누고 있는 심판처럼, 포기의 문턱에서 망설이는 그 앞에 ‘땅!’을 외쳐주기 위해 나타난 것은 기타를 멘, 월터가 좋아하는 직장 동료 셰릴의 환상이다.

이게 상상인지, 현실인지. 셰릴이 부르는 노래에 홀린 듯 따라나선 월터는 그대로 헬기에 탑승한다. 그 순간부터 월터의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헬기에서 바다를 향해 뛰어내리는 월터, 상어 떼와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 월터, 롱보드를 타고 넓은 세상을 누비는 월터, 화산을 피해 달아나다 화산재에 집어삼켜지는 월터.

 

하지만 이런 월터의 새로운 시작이 무색하게도 현실은 그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눈앞에서 놓쳐버린 숀도, 전남편과 다시 만나 데이트 앱을 탈퇴한 것 같은 셰릴도, 결국 찾지 못한 25번 필름 조각과 24번 사진의 정체도, 결국 해고당한 ‘LIFE’도.

그러나 월터가 섰던 출발선은 짧은 육상 트랙이 아닌 길고도 긴 마라톤이었나 보다. 그가 ‘삶의 정수’를 마주한 곳은 정말 그의 삶 자체였다. 정체 모를 그것을 좇아 무작정 뛰어들었던 여정 속 그가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었다. 잊고 있던 삶을 되찾고 새로이 마음먹은 월터의 두 번째 시작은 첫 번째와 같이 누군가 등 떠민 것도, 어쩔 수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제 그는 상상하지 않는다. 뛰어든다. 그가 상상하던 것들은 곧 현실이 된다.

월터는 이제 몸담았던 ‘삶(LIFE)’을 떠나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해야 한다.

상상을 이루어내는 그의 새로운 길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나는 원제인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월터 미티의 비밀스러운 삶)’보다 한국어 제목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나에게 요상한 힘을 준다. 아직 월터처럼 상상을 현실로 바꿀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나도 그리 되리라 믿게 되는 힘 말이다. 나는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누가 들으면 터무니없는 망상일지라도, 그것이 한 발의 총성이 되어 현실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게 된다. 같은 부분에서 김이 빠져도, 볼 때마다 생각만큼 좋았던 영화는 아니었나보다 곱씹어도, 자꾸만 다시 이 영화를 본다. 상상을 뛰어넘어 광활한 세상을 대신 경험해주는 월터를 보고 있노라면, 나를 가로막는 망설임의 벽에 시원한 한 방의 주먹을 날리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우르르 무너진 그 벽을 밟고 올라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보자고 말이다.

 

나는 오늘도 이 영화를 보며 언젠가 현실이 될 나의 미래를 상상하고, 아주 작은 움직임일지라도 새로운 시작을 시도한다. 오늘 잠자리에 누워 잠들기 전, ‘삶의 정수’를 새기며 미래를 한 번 꿈꿔보는 것은 어떠한가?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당신의 상상도 현실이 될 것이다.

220428_유안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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