놉, 🐎 Red Rag to a Bull 🐎

OJ와 에메랄드는 유명해지고자 하는 욕망으로 이상 현상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고, 엔젤도 외계 물체를 찾겠다는 욕망으로 헤이우드 남매에 합류한다. 헤이우드 남매와 엔젤은 진 재킷을 포착하는 것이 대의를 위한 것이라는 일념하에 사라진 사람들의 자동차 엔진, 길가의 춤추는 풍선 등을 서슴지 않고 가져온다.

가장 날 것의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은 TMZ의 카메라맨이다. 모든 일에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모습은 현실의 일부 기자나 인플루언서와 다를 바 없다. 재등장한 촬영 감독도 그러하다. 감독은 경이롭고 압도적인 자연의 피사체를 욕망하는 인물이다. 감독이 본인의 예술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까지도 희생하는 모습과 그럼에도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모습은 과연 예술과 그에 대한 갈망이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기원

진 재킷과 마주하기 위해선 발전된 기술이 최고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진 재킷 앞에서는 인간의 발명품도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디지털카메라는 먹통이 되고, 신나는 노래가 나오던 스피커는 알아들을 수 없게 늘어지며,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작동을 멈춘다. 그 앞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사람과 말, 그리고 수동으로 작동하는 것들이다. 헤이우드 남매와 엔젤은 본능과 진 재킷의 전파를 방해하는 특성을 이용하여 그를 유인할 덫을 꾸민다.

중간에 등장한 TMZ 카메라맨은 최신 기술로 범벅된 인물이다. 그는 말 대신 오토바이를 타고 있고, 또 럭키가 쓴 녹색의 천과 달리 삐까뻔쩍하고도 단단한 헬멧으로 눈을 가리고 있다. 그러나 카메라맨은 빠른 오토바이를 타고 그 공간을 벗어나지도, 좋은 카메라로 괴생물체를 기록하지도 못했으며, 보호를 위해 착용한 헬멧은 진 재킷을 유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진 재킷을 담아내는 건 동전을 넣고 수동으로 돌려야 겨우 한 장이 찍히는 우물카메라다. 여태껏 기술이 추구해야 할 문명이라는 서구적 시각이 통념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놉〉은 그 통념의 기원으로 돌아가 기술이 곧 진보라는 생각에 의문을 던진다. 아날로그의 방식을 택한 인물이 끝을 이루어내고, 기술은 오로지 인간을 보조하는 부차적인 수단으로 기능한다.

여기서 진 재킷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인물이 에메랄드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에메랄드는 첫 등장부터 영화의 기원인 머이브릿지의 활동사진 〈The Horse in Motion〉의 최초 스턴트맨이자 영화배우 알리스테어 E. 헤이우드의 후손임을 드러내며 영화사에 가려졌던 흑인 기수의 존재를 환기한다. 이러한 에메랄드의 성공은 역사에서 자주 지워진 흑인이자 여성이 명백한 필름 위에 다시 지울 수 없는 역사를 새겼다는 것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