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르윈, 👞 Au Revoir! 👞

👞 Au Revoir! 👞

조엘 코엔·에단 코엔, 인사이드 르윈

* 가사를 누르면 음악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는 감미롭고도 쓸쓸한 노래로 시작한다. 따뜻하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는 가사를 부드럽게 만들지만, 곧이어 등장한 그의 ‘친구’라는 사람에 의해 모두 깨져버린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관객은 갑작스러운 폭력에 르윈과 함께 얼얼한 뺨을 어루만질 뿐이다. 

 

그리고 아침, 르윈은 자신을 깨우는 고양이에 눈을 뜬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기타를 잡아보다가, 밥을 먹고, 앨범을 꺼내본다. 언뜻 여유로워 보이지만, 그가 남기는 메모는 그게 아님을 알려준다. 뒤이어 등장한 아파트 역시 그의 자연스러운 입장과 함께 쉽게 정체가 드러나버린다. 이처럼 르윈이 머무는 공간은 계속해서 바뀌면서 그의 떠돌이 인생을 나타낸다. 진의 입을 빌리자면 소파 인생. 그게 르윈이 살고 있는 세상이다.

 

르윈의 인생은 참으로 기구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불운할까 싶을 만큼 불행하다. 작은 행동 하나가 눈덩이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눈앞의 불행을 벗어나기 위한 선택으로 더 큰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오갈 곳 없는 와중에 친구의 아내는 자신의 아이를 품었고, 당장의 200달러를 위해 포기한 저작권은 대박이 났으며, 무심코 버리라 했던 물건들 속 최후의 보루까지 잃어버렸다. 모두 그의 선택임에도 측은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르윈은 필연적으로 떠돌지만 그의 목적지는 분명하다. 또 자신을 받아주는 공간으로 돌아온다. 고어파인 교수님의 집, 짐과 진의 집, 누나의 집, 그리고 가스등 카페까지. 그의 의지로 혹은 그의 언행으로 쫓겨나듯이 그곳을 떠나게 되더라도, 따뜻해지면 돌아오는 철새처럼 온기가 필요해지면 돌아온다. 그러나 그 온기는 항상 따뜻하기보다는 덜 차가울 뿐이다. 그래서 르윈은 여름 철새를 선망하는 겨울 철새다.

고양이 한 마리, 아니 두 마리가 그의 여정을 함께 한다. “Llewyn has the cat.” / “Llewyn is the cat?” 르윈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생긴 작은 웃음 포인트는 그와 함께할수록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르윈은 고양이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고양이다. 고양이는 자꾸만 따뜻한 공간을 뛰쳐나가고, 어지럽고 빠르게 돌아가는 창밖의 세상을 구경한다. 르윈에게 버림받기도 하고, 치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돌아온다. 르윈은 그런 고양이와 닮아있다.

 

고양이는 르윈에게 음악 같기도 하다. 갈망할 때는 이리저리 튀고 손에 잡히지 않다가, 제 손으로 포기하고자 마음먹으면 튀어나와 뒤돌아보게 만들고, 그 잔상을 뒤로한 채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하니 어느새 돌아와 있는. 그래서 이제는 지쳐 음악을 그만두겠다던 르윈은 원할 때 그만두지도 못하며 다시 가스등 카페에서 기타를 잡는다.

르윈의 이야기는 모두 이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몇몇 장면들 사이에 공백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빈틈은 이야기가 순환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예를 들어 첫 시퀀스에서 르윈이 구타를 당하는 장면과 아침에 일어나는 르윈의 장면 사이에는 공백이 있다. 이유 없는 폭력 뒤에 찾아오는 평화로운 아침은 괴리적이지만,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관객은 자연스레 두 장면을 이어서 받아들인다. 

 

이후 르윈과 여정을 함께하며 비어있던 맥락이 채워지자 관객들은 그가 위태롭지만 나름의 안정을 찾아간다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다시 처음의 생뚱맞던 장면으로 향하면서 불안한 안정은 무너져버리고 마치 르윈이 다시 불운한 굴레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런 순환의 구조는 관객들에게 첫 장면에서의 감상을 뒤집어 놓는 충격을 남긴다. 그런 구조 속에서 관객들은 르윈에게 저마다의 미운정, 고운정을 쌓으며 처음의 그 얼얼한 감정을 정의 내린다. 그게 비난이든, 동정이든.

작별의 노래 뒤 “Au revoir(또 봐요)”, 르윈은 가스등 카페의 관객들에게도, 스크린 앞 관객들에게도, 자신에게 주먹을 날린 남자가 탄 택시에도 인사를 건넨다. 그를 다시 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뒷골목의 사내처럼 뒤돌아보지 않고 떠날 수도 있고, 자꾸만 이 영화를 트는 나처럼 눈에 밟히는 그를 다시 기다릴 수도 있다. 그와의 재회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230209_유안 보냄.

“인사이드 르윈, 👞 Au Revoir! 👞”의 1개의 댓글

  1. 르윈과의 첫 만남 그리고 “Au revoir”라는 인사를 고대하게 만드는 글이었어요. 영화를 보고 저는 과연 그와의 재회를 기대할지 혹은 그저 일회성의 만남으로 만족할지 궁금해지기도 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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