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리틀 선샤인, 🚌 이 길 끝에 우리 가좍! 💃

조나단 데이턴·발레리 페리스, 〈미스 리틀 선샤인〉

‘미스 아메리카’를 꿈꾸는 아이 올리브 후버는 우연한 기회로 어린이 미인 대회 ‘리틀 미스 선샤인’ 지역 예선에 통과한다. 먼 캘리포니아주 리돈도 해변에서 열리는 본선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온 가족이 총출동해야 하는 상황. 이에 엉망진창 가족의 우당탕탕 여정이 시작된다.

🚌 이 길 끝에 우리 가좍! 💃

여기, 프랜차이즈 치킨과 일회용 식기로 식사를 때우는 가족이 있다

‘성공의 9단계’를 설파하는 아빠, 좋은 부모지만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는 엄마, 파일럿의 꿈을 이루기 전까지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는 오빠, 음란물과 약물로 가득 찬 할아버지, 사랑과 명예 모두 잃고 목숨을 끊고자 한 삼촌까지. 단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요상한 가족이 있다. 이들을 묶어주는 구심점은 미스 아메리카를 꿈꾸는 올리브다. 길고 긴 여정을 떠날 수 있었던 것도 오로지 올리브를 위해서다.

 

물론 여행에는 불만도 있고, 불평도 있다. 그러나 미스 아메리카는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을 거라는 아빠의 말도 안 되는 발언에 올리브가 아이스크림 먹기를 거부하자 올리브의 아이스크림 접시로 몰려드는 숟가락은 아이를 향한 가족의 사랑이다. 이 여정은 오로지 올리브를 위해, 올리브에 의해, 올리브를 중심으로 굴러갈 수 있다.

여기, 직접 두 발을 굴려 차에 올라타는 가족이 있다

잠깐의 휴식 끝에 다시 길을 떠나지만, 설상가상으로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구만리. 수리를 맡기자니 제시간에 도착할 수 없고, 새로운 교통수단도 마땅치 않다. 그런 그들에게 남은 건 두 다리뿐. 어떡하겠나, 달릴 수밖에. 속도도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 드웨인까지 올라탄 버스에는 성공의 기쁨을 나누는 웃음꽃이 슬쩍 들이민다. 

 

하지만 기쁨은 금세 다른 감정으로 뒤덮인다. 리처드는 고대하던 프로젝트가 성사되지 못했다는 전화를 받았고,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 쉐릴은 다 된 프로젝트라고 확언했던 리처드에 화가 난다. 프랭크는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위해 갔던 편의점에서 실연의 상대를 만났다. 이렇게 부서지고 흩어진 마음들은 그들을 묶어주던 올리브마저 휴게소에 두고 오게 만든다.

여기, 할아버지의 시신을 탈취한 가족이 있다

혼란스러운 밤에도 어쨌든 아침은 찾아온다. 그러나 모두가 쨍한 아침을 맞은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는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살고 있는 주가 아닌 곳에서 임종을 맞이했기에 시신을 인도하는 절차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병원에 시신을 두고 갈 수도 없고, 절차에 따르자니 미인 대회를 포기해야 한다. 그런 그들에게 남은 방법은 한 가지뿐. 어떡하겠나, 할아버지를 훔칠 수밖에.

할아버지도 함께 있겠다, 이제 길을 막는 장애물은 없을 것 같던 가족들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남았다. 올리브와 놀아주며 파일럿 테스트를 하던 드웨인은 자신이 색맹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로지 꿈을 향해 침묵하던 드웨인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행 내내 쨍쨍하던 햇빛은 그의 마음과 대비되고, 처음 내뱉은 대사 Fxxk!!!!!!!!!!!!!!!!!! 한 마디만 그를 대변할 뿐이다.

그 가족에 끼고 싶지 않아! 전부 다 미워 죽겠어!

이혼? 파산? 자살?

전부 다 패자들이야!

I hate everyone,’ 실의에 빠져 혼자 있기를 원하는 드웨인을 다시 버스에 태울 수 있는 사람은 올리브밖에 없다.

여기, 어린이 미인 대회 무대에서 춤판을 벌이는 가족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리틀 미스 선샤인’에 도착한 가족을 반기는 건 프로페셔널한 참가자들이다. 마치 이곳이 어린이 미인 대회가 아니라 미스 아메리카인 것처럼 의상, 헤어, 표정, 몸짓 하나하나 완벽하지 않은 아이들이 없다. 통통한 배를 가진 올리브는 이 공간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할아버지가 전수한 화끈한 올리브의 춤사위는 그를 이 공간에서 가장 아이답게 만든다. 날씬한 몸매, 다소 가식적인 웃음. 그저 어른들의 미(美)를 답습하던 대회는 올리브의 공연으로 뒤집혀 버린다. 그런 올리브를 끌어 내리려는 어른들의 모습은 후버 가족을 다시 한번 일으킨다. 어떡하겠나, 모두 무대 위로 올라갈 수밖에.

인생 자체가 저 망할 미인 대회 같은 거니까요.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는 직장 경쟁까지.

 

남들이 뭐라 하든 열라 좋아하는 걸 하면 돼.

망할 미인 대회에도 교훈은 있다. 가족들의 춤판은 기립 박수를 끌어냈다. 결국 경찰서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후버 가족은 그 어느 때보다 똘똘 뭉쳐있다.

여기, 멈출 수 없어 차단바를 부수고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이 있다.

로드무비에서 목적지나 그곳에서 이루는 성공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하더라도, 또 성공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이 모든 여정을 겪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 속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어나는 일과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주인공은 성장하기 때문이다.

 

후버 가족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차단바는 안중에도 없는 질주를 뒤로한 채 막을 내린다. 그렇기에 관객은 이들이 앞으로 ‘실패자’를 벗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건, 출발하기 위해 직접 발을 구르면서 튼튼해진 두 다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나저러나 우리는 가족이다. 오로지 올리브를 위해서만 단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프랭크와 드웨인처럼 서로에게 위로받는 방법을 배웠다. 평범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았지만, 리돈도 해변을 향한 여정에서 그들은 ‘가족’이 됐다.

 

사업이 망해버린 아빠, 아빠가 여전히 못마땅할 엄마, 사랑도 일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삼촌, 파일럿의 꿈을 어쩔 수 없이 접어야만 하는 오빠, 앞으로 LA에서 열리는 미인 대회는 출전하지 못할 올리브, 그리고 새로운 세계로 떠날 할아버지까지. 길고 긴 여정 속 ‘뭉침’의 경험은 가족 개개인에게 지지대로 자리할 것이다. 소중한 경험을 품에 안고, 앞선 장의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페이지로 도약할 이 오합지졸, 난장판, 대환장 가족의 앞으로를 기대해 본다.

230713_유안 보냄.

“미스 리틀 선샤인, 🚌 이 길 끝에 우리 가좍! 💃”의 1개의 댓글

  1. ⟨미스 리틀 선샤인⟩의 가족들은 원하는 것을 전부 이루지 못하고 실패했지만 유쾌해보여요!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그들이 무엇보다 가장 원한 건 함께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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