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 Remember me Don’t say goodbye 🪕

하지만 집안의 기둥인 할머니는 저주였다고 말한다. 열렬히 좋아하는 것을 부정당한 아이는 금방 비뚤어진 말을 내뱉기 일쑤다. 제단도 가족도 필요 없다며 소리치고 도망간 미겔은 하필 죽은 자의 날에 욕심내던 기타를 만진 탓에 영혼이 되어 저승으로 넘어간다. 그곳에서 만난 고조할머니 마마 이멜다와 다른 조상들도 마찬가지로 절대 음악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지만, 특출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그는 또 한 번 가족들의 품에서 도망쳐 자유를 찾아 달려간다.

〈코코〉에서 음악을 상징하는 기타는 이리저리 부서지고 버려지다가도 중요한 순간에 다시 등장한다. 소멸의 길로 들어선 뮤지션 영혼이 미겔에게 물려줄 때,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 그가 손에 쥐어진 기타를 발견했을 때와 같이. 반면에 리베라 가족을 상징하는 신발과 제단은 기타와는 다르게 안전하게 그 자리에 머물며 비슷한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크루즈를 위협하는 마마 이멜다와 “음악은 안 된다”며 가수들을 내쫓는 할머니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이유는 무기로 사용된 신발에 있다. 신발 장인의 명맥을 지켜온 책임감 강한 둘이 가족을 지키는 방법은 늘 두 발에 신겨있는 미겔 가족 표 신발이다.

그리고 이 견고한 가족이 그토록 음악을 싫어하게 된 이유는 갓난아이를 두고 꿈을 찾아 떠난 고조할아버지 헥토르에게 있다. 등장할 때부터 어딘가 방정맞고 도통 믿음이 안 가는 이 해골은 미겔과 짧은 동맹을 맺는다. 크루즈에게 축복을 받아 이승에서 뮤지션을 할 거라는 희망을 품은 아이와 자신을 점점 잊어가는 늙은 딸을 보기 위해 다리를 건너야 하는 남자. 서로의 목표에 눈이 멀어 바로 옆에 있는 이의 정체는 궁금해하지 않는 이 알쏭달쏭한 여정. 티격태격하다가도 중요한 무대를 앞둔 초보 뮤지션과 그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남자의 모양새는 제법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