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짓, 🚢 뒤늦은 편지가 머물던 죽은 심장 🚢

“얼마 동안 하인츠를 간호했는지 몰랐다. 마침내 그는 작가의 가방을 열었다.”

마르세유로 향하는 기차에서 낯선 남자의 내레이션이 갑자기 끼어든다. 이 순간 게오르그의 여정은 누군가의 기록이 되고 꿈 같은 시퀀스의 정중앙에 놓여 조금은 모호한 형상이 된다. 후에 그 목소리의 주인이 몽벵뚜 식당의 주인이었음이 밝혀지지만 우리는 그 목소리의 신원을 계속해서 궁금해한다. 우리의 주인공을 ‘서술’하는 자가 누구인지, 발화의 시점은 언제인지, 그의 말을 전부 믿어도 되는 것인지.

따라서 그 목소리는 시대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랬다면 (〈객도추한〉이 그러했듯) 1940년대 한복판을 살아가거나 이미 겪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빌렸을 것이다. 하지만 〈트랜짓〉은 한 걸음 밖에서 통과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는 1940년대를 그대로 고백/재현하지 않고 현대 난민 문제의 은유에 그치지도 않겠다는 단호한 다짐으로 들린다.

“떠난 사람일까요? 남겨진 사람일까요?”

마리는 몬트리올 호를 타고 바다를 건너갔을 것이다. 기뢰에 맞아 침몰한 배 안에서 결국 죽었을 것이다. 멕시코에서 새 삶을 시작했을 것이다. 바다 위에 조난되었다가 기적적으로 구출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게오르그는 몽벵뚜 식당의 익숙한 자리에 앉아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죽은 남편을 향한 뒤늦은 편지의 주인이 아닌, 오갈 곳 없던 마음을 속절없이 묶어버린 그녀를 기다린다. 예기치 못하게 나타나 자신의 심장을 살려 두어 우울한 도시의 불청객이 된 밤을. 미련 없던 통과에 관심이 가 간절히 비자를 구해야 했던 행복한 찰나를. 오인이 아니라 확신에서 비롯된 사랑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