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 회상과 환상, 그 이상의 상상을 마주할 때 💭

이 만남을 담기 위해 드니 빌뇌브가 테드 창의 작품에서 착안한 세계는 조금 더 감각적이고 공익적이다. 감독은 이론적 지식을 덜어내는 대신 상상 속의 ‘쉘’과 헵타포드와 그의 문자들이 눈 앞에서 생생히 재현될 수 있도록 크기와 형상을 강조한다. 또 현악기와 목소리, 잔향과 울림, 왜곡과 축적을 통해 경이로움을 배가시킬 요한 요한슨의 음악들로 빈 자리를 채운다. 영화의 시작과 끝이 동일하게 열리고 닫히며 그 자체의 순환을 완성시킨 편집은 루이스가 닮아간 헵타포드의 사고방식을 직관적으로 구현한다.  

또한 소설은 전혀 다른 언어로 삶을 인식하게 된 루이스 박사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영화는 루이스의 이야기로 갈무리되면서도 국제 정세에 대해 한두 마디를 더 가져간다. 비록 그 접근이 영원한 영웅인 ‘미국’과 그의 오래된 반대편이자 ‘무자비한’ 러시아 그리고 신흥 강대국이 된 ‘중국’을 세우고 시작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말이다. 왠지 신성한 아니면 숭고한 ‘어머니’가 자주 등장하던 그의 전후작을 상기할 때 그 단순함에 옅은 한숨이 쉬어지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도 짙은 경계심-두려움의 추론-확증 편향-파괴하기를 뚫고 나온 1/12-여럿이 하나로-화합하는 법-논제로섬 게임의 가능성은 『과학소설의 변신』(1979)에서 다코 수빈이 주장한 “이상적인 가능성”이다. 텍스트 속 노붐(novum)으로서 현실과는 다른 이질감을 주는 이 ‘만남’은 하나의 인지적 소외를 일으킨다. 전혀 다른 세계를 다루는 줄 알았던 〈컨택트〉는 사실 “현실의 반영일 뿐 아니라 현실에 관한 것”이기에, 지금의 이 세계를 반추하고 앞으로의 세상에 대해 생각할 지점을 마련한다. 

약육강식의 논리로 외계인의 방문을 침략 혹은 전쟁과 연결시키는 SF의 만연한 공식, 이해관계에 따른 합리화나 타자에 대한 막연한 혐오, 고질적인 인간중심주의에 기반한 시선들로 점철된 오늘날의 만행을 돌아보자. 함께 있으면서도 함께 하는 것에 인색한 우리. 공생을 영 낯설어 하는 우리. 불안함과 이기심에 잠식되어 있는 우리. 

그런 수많은 우리에게 작가와 감독의 언어를 넘나들며 이뤄진 이 ‘만남(contact)’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동일한 현재를 반복하며 진부하고 평범한 물질적 수준의 삶을 사느냐, 아니면 새로운 차이를 산출하며 현재의 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삶을 사느냐는 결국 잠재적인 과거를 현실화하여 활용하는 기억의 강도와 주의하는 정신의 긴장 정도에 달려있는 것이다.”

앙리 베르그손, 『물질과 기억』, 129쪽.

아직도 나는 시간과 언어와 타자에 대한 경계심에 갇혀 산다. 그 많은 포기, 노력, 절망, 해탈, 이타심, 환대를 배우고도 늘 비슷하다. 이토록 미약한데 자기주장은 또 얼마나 강하던지. 하지만 분명 공상은 이 회귀에서도 이탈 지점을 만들어 낸다. 

그동안 이 이야기로 인해 뭔가를 열심히 끄적이고 눈물이 고이게 되던 기억을 떠올린다. 호기심이 드는 상상 이상의 상황. 견디지 못하겠더라도 사랑하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하고 살아내려는 것. 이 소란하고 고요한 혼돈 속에서 그것들과의 조우만큼 곱씹게 되는 것은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채워진 부분 이외의 남은 공간들도 눈여겨 바라본다. 익숙하지만 낯선 관점으로도, 거부감이 들어 불편한 것에도, 일단 말을 꺼내봐야 한다고. 그게 그것들을 조우했을 때 이해해 나가는 또 다른 방식이 될 테니까. 

어쩌면 그 조우(들)을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래를 볼 수 없어 과거를 현재에 끌어다 쓰며, 의미를 부여하고 재정의 하길 반복하는 삶의 목적이 결국은 그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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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6.2:31.

루이스는 결국 “용기”를 냈다. 생각해보니 앎의 방식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었다. 소통과 행동, 어련히 침묵을 깰 의지. 당찬 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