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면서 경계를 마주하게 되고, 이때 경계에 머무를지 아니면 넘어갈지에 대해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경계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영화 속 델마와 루이스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경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영화 속에서 경계를 연이어 만난다. 겉으로는 쉽게 경계에서 벗어나는 것 같지만 끝을 보지 못한다.
영화의 초반, 남편 대릴의 억압 아래에서 종속적인 삶을 살던 델마와, 식당 점원으로서 일하며 규칙에 따른 일상을 살아오던 루이스는 여행을 가게 되며 여성으로서 맞이하는 고정적인 일상의 경계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자유를 찾으며 여행을 떠나던 중, 술집에 들려서 술을 마시고 있던 그들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델마는 그에게 강간을 당할 위기에 처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루이스가 그를 죽이며 도덕의 경계에서 벗어난다. 그렇게 범죄자라는 신분을 얻게 되며, 두 여성 간의 우정 여행은 경찰의 감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도망으로 의미가 변화된다.
그러나 도덕의 경계에서 벗어나는 것은 다른 경계를 맞이하게 한다. 여전히 델마는 자신을 찾는 남편의 말과 행동에 시달리고, 사랑하는 척 자신을 꼬드긴 강도 제이디를 만나 모아놓았던 돈을 잃어버린다. 한편 루이스는 약혼자 대릴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성’으로서 남성들의 힘에 시달린다. 그들은 남성에게 굴복당할 수밖에 없는 ‘여성’의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돈이 필요했던 그들은 델마가 편의점에서 돈을 훔쳐 범죄자가 되며 완전히 도덕의 경계에서 벗어난다. 되돌아가면 남성 경찰과 남편, 약혼자의 손 아래에 들어가야 했기에, 델마와 루이스는 ‘여성’으로서 구분된 경계에서 벗어나고자 차를 타고 그랜드캐니언에서 떨어지며 삶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그들은 단순히 일상의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여행을 떠나면서 일상, 여성, 도덕, 삶이라는 여러 경계를 넘게 되었다. 델마와 루이스는 무수한 경계에 놓이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랜드캐니언에서 떨어지면서 삶을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찾았다. 그러므로 그들이 삶의 경계를 벗어난 것에 대해서 안쓰럽게 바라보기보다는 이를 경계로부터의 완전한 해방, 자유 회복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영화 속의 경계는 페미니즘 서사로도 이해될 수 있다. 여성으로서 델마와 루이스가 남성 사회에 굴복당했던 것이 그들이 도덕의 경계를 넘게 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들이 여성으로서 도덕에서 벗어난 것을 부정적이거나 연민의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발랄한 음악의 사용과 델마와 루이스의 쌍둥이같은 모습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두 인물을 비추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델마와 루이스의 이야기가 두 여성이 만들어가는 협력, 우정 서사로도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여성으로서 남성들에 의해 억압받기도 했지만, 여성으로서 힘을 합쳐 거친 세상을 향해 발길질하고 진정한 자유를 찾아 나갔다. 이것은 그들이 경계를 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210624_정민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