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 당신의 불꽃은 무엇인가요? 🎆

처음 ‘경계’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 어떤 영화를 다루어야 할까 많은 고민이 떠올랐습니다. 수많은 단어가 그렇듯 ‘경계’ 역시 어떤 상황에서 쓰이냐에 따라 굉장히 넓은 범주에 속하게 되니까요. 따라서 저는 영화를 먼저 선택하기보다는 ‘경계’란 무엇일지 혼자 정의해보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계’란 무엇일까요? 물질적인 것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지요. 물질적인 경계는 뚜렷합니다. 그것을 넘었을 때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적인 경계는 그것을 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는 그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그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경계’에 대한 정의를 생각해보았을 때, 저는 〈소울〉이라는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소울〉에서는 죽은 후의 세상과 태어나기 전의 세상이 엄격한 배타성을 띠고 있지 않습니다. 태어나기 전의 세상에 떨어진 조 가드너가 관리자 제리에게 자신이 죽은 것이냐 물어보자, 그는 “아직 아니다”라고 답합니다. 조 가드너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게 된 것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몰입했을 때나, 자신의 삶에 너무 집착하거나 목적을 상실해 영혼을 잃어버렸을 때의 세상도 한 공간에 경계 없이 공존합니다.

이러한 반대의 특성을 가짐에도 흐릿한 〈소울〉에서의 ‘경계’는 그 기준이 개인에게 달렸음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22번의 서사에서 드러납니다. 지구에 가기 전 영혼들은 마지막으로 ‘불꽃’을 터뜨립니다. ‘불꽃’은 누군가에게는 피아노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테니스이기도, 누군가에게는 축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22번은 그 무엇에도 마지막 불꽃을 틔우지 못합니다. 그런 그에게 불꽃이 생기는 것은 조 가드너와 함께 지구에 다녀온 후입니다. 다른 영혼들과 달리 확실한 이유를 알 수 없는 22번의 불꽃은 그에게 혼란을 주고, 목적이 없는 자신을 탓하게 하는 존재이지요.

〈소울〉에서는 이러한 22번의 뚜렷하지 않은 불꽃을 목적이 아닌 ‘인생을 살 준비가 된 것’으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저는 하나의 의문이 들었습니다. 탄생이라는 경계의 마지막 관문인 ‘불꽃’이 ‘인생을 살 준비가 된 것’이라면 다른 영혼들의 구체적인 계기로 얻어진 불꽃도 똑같이 정의할 수 있을까요?

22번의 불꽃과 다른 영혼들의 불꽃은 매우 다르게 느껴집니다. 저는 이에 대해 경계의 기준이 다른 것, 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자신이 정하는 것이고요. ‘인생을 살 준비가 된 것’이라는 커다란 경계 안에 ‘목적’이라는 세부적인 경계가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영혼들에게는 커다란 경계 속에서 조그마한 자신만의 구체적인 경계를 찾는 것이 지구로 향하는 통행표였다면, 22번에게는 그 커다란 경계 안으로 발을 딛는 것부터가 통행표를 손에 쥘 수 있을 만한 큰 용기를 요하는 일이 아니었을까요?

여러분은 〈소울〉 속 ‘불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