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즈 앤 올, 🛻 우리가 영원히 우리라면 🛻

루카 구아다니노가 그리는 사랑은 외롭다. 그 외로움을 있는 그대로 시인하고, 주로 숨겨야 했던 욕망을 드러내 보여주기에 괜히 보는 내가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는 이유로 자주 사회에서 부정당하거나 나를 이해시켜야 하는 이들이 느끼는 고질적인 외로움이 있다. 그의 영화는 그 퀴어한 욕망을 직시한다.

‘매런’의 외로움은 방 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데서, 내지는 집을 갖지 못하는 데서 생겨났다. 꼭꼭 숨기라는 말에 자신의 본능과 불화해야 했고, 본능을 드러낼 때마다 새로운 이름과 집이 부여되었다. 집과 이름을 빼면 소녀에게 남는 것은 없었기에,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쫓기듯 길을 나서야 했다.

길에서 만난 생판 모르는 이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을 때, 혼란은 더욱 커진다. 처음 보는 이의 의뭉스러운 호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매런은 순순히 따르는 듯하다 도망쳐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 일견 친절해 보이는 ‘설리’의 다 안다는 듯한 행동은 매런을 통제하려는 행동들로 드러난다. 매런의 본능을 억제하려던 아빠의 행동과도 다르지 않다.

매런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인 이의 혼란이 있는 한편,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에 함께인 이가 있다는 데에 대한 안도감도 있다. 그것은 바로 ‘리’의 존재 때문이다. 그의 외로움은 어렸을 적부터 지속되어 온 가정폭력과 있는 힘을 다해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용감함에서 비롯되었다. 애써 강한 척하며 사람들을 지켜왔지만, 정작 자신을 돌볼 틈은 없었던 그는 제 발로 길을 나섰다.

온 사방이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격하는 사람들로 가득할 때, 매런과 리는 서로에게 이끌린다.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함께 떠난 길에서 매런은 점점 리에게 마음을 연다. 차마 다 듣지 못하고 꺼버렸던 카세트테이프 속 자신의 ‘처음’에 관한 이야기도 리와 함께라면 즐거운 수닷거리가 된다. 몸이 기억하는 처음을 공유하고 싶고, 그의 처음도 알아가고 싶다.

그러나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외딴 숲속까지 둘을 따라온 남자들은 본능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재미로 식인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언제든 먹힐 수 있다는 공포가 매런과 리의 사이도 한 걸음 멀어지게 한다. 우리가 겪었던 폭력적인 세상에 비하면 이 사랑은 너무도 부드럽기만 한데, 함께 있으면 누군가를 죽이고 다른 누군가의 삶을 망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두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

유년기의 아픔에 얽힌 첫 행위의 순간을 고백할 때, 그리고 존재조차 몰랐던 엄마라는 사람이 자신을 해하려 들었을 때. 윗세대로부터 전해져온 폭력을 자신들은 이어받지 않겠다고 저항하는 이들은 전보다 단단한 관계로 이어진다. 〈본즈 앤 올〉 속 모든 사람이 소외감을 느끼고 사랑을 갈망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실패한 것은 이들처럼 자신의 가장 취약한 면을 인정하고 드러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런과 리는 끝내 자신을 인정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손을 뻗을 수 있었고, 서로를 더 꽉 잡고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함께라면 무엇이든 두렵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