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 그들만의, 모두의. 🧢

🧢 그들만의, 모두의. 🧢

페니 마샬, 그들만의 리그

여러분은 야구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최근에는 경기 하이라이트 정도만 챙겨보지만, 몇 년 전에는 야구가 없는 월요일을 빼놓고 매일 3시간씩 야구를 시청했었어요. 집에서 야구장도 가까운지라 친구와 함께 유니폼을 입고 맛있는 음식들을 사 들고서 자주 갔었죠. 이상하게 같은 치킨, 같은 삼겹살이라도 야구장의 그 좁은 의자에 앉아 친구와 나누어 먹으면 더 맛있더라구요. 어떤 매력인지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한 번 빠지면 돌이킬 수 없는 스포츠 중 하나가 바로 야구인 것 같습니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메이저리그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미국의 야구 리그를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대부분이 남자 선수들과 그 선수들이 경기하는 메이저리그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도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선수의 꿈의 리그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미국 리그가 여자 선수들로만 꽉 채워졌던 적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영화 〈그들만의 리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을 배경으로, 실제 출범했던 여자 야구 리그를 다루고 있어요. 당시 남자들이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메이저리그의 남자 선수들 역시 참전을 위해 리그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여자 선수들이 기용되죠. 원래 소프트볼을 즐겼던, 혹은 야구를 좋아했던 많은 여성이 사상 첫 여자 야구 리그를 위해 미국 각지에서 캐스팅됩니다.

도티와 키트 역시 오리건 주에서 주말마다 소프트볼을 즐기던 자매였어요. 특히 도티는 동네에서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던 사람이었죠. 그런 도티에게 어쩌면 당연한 캐스팅 제의가 들어옵니다. 하지만 도티는 그 캐스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캐스팅을 받지 못한 키트는 그런 언니가 답답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질투가 납니다. 야구 실력이 있음에도 결혼한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고 참전한 남편을 기다리는 도티와 달리, 키트는 오리건 주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거든요. 결국 키트의 설득 끝에 도티는 키트와 함께 간다는 조건으로 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 시카고로 향하게 됩니다.

 

도티와 키트가 도착한 곳은 실력과 열정이 있는 여성 선수들로 가득합니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그 속에서 경쟁하여 구단의 지명을 받아야 했죠. 이에 선수들은 본인이 처해있던 상황들을 뒤로한 채 오로지 야구에만 집중해 훈련을 받습니다. 그렇게 최종 선발되어 구단에 속하게 된 선수들의 목표도 오로지 하나입니다. 리그에서의 우승!

 

하지만 1940년대 미국에는 많은 성차별이 존재했습니다. 영화는 그러한 차별에 유쾌하고 유머스럽게 대응하고 있어요. 아무리 외적인 요소들이 선수들을 괴롭혀도, 그런 것들 따위는 선수들이 야구를 하는 데 있어서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요소들인 것처럼요.

“여기 시카고에서는 가정에서 차출된 젊은 여성들이 하비 야구장에 모여
누가 누가 더 남성스러운지 대결하고 있습니다.”

노년의 여성들이 라디오에서 ‘여성성’을 지켜야 한다며 여자 야구를 비난해도, 우리가 보고 있는 화면 속에는 최선을 다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야구 선수들뿐입니다. 흥행을 위함이라며 유니폼을 치마로 만들어도, 예뻐 보이기 위한 예절 수업과 외모 가꾸기 수업도 선수들에게는 어떤 방해도 되지 않습니다. 온몸에 흙이 묻든 상처가 나든, 그들은 그저 야구를 즐길 뿐이죠.

 

선수들은 오로지 야구로 대중과 주변인을 설득합니다. 처음 여자 야구 리그를 본 대중의 반응은 회의적이었어요. 선수들을 앞에 두고 조롱하는 관객들도 심심찮게 있었죠. 이러한 관객들을 설득하여 리그를 흥행으로 이끈 것은 여성 선수들의 실력과 열정입니다.

 

카메라 역시 영화의 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어요. 짧은 치마를 입고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 노출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하지만 카메라는 이런 노출을 불쾌하지 않게 담아내고 있어요. 카메라 속 선수들의 노출은 관계자들이 원하던 성적대상화가 아닌, 그저 운동하는 여성의 신체입니다. 선수들의 몸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나와도, 그 장면은 오히려 선수들의 동작을 더 역동적으로 보이게끔 해줄 뿐이죠.

영화의 포커스는 ‘야구’ 그 자체입니다. 선수들이 야구를 하는 장면이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배우들의 연기 역시 실제 선수들이 경기를 뛰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열정적이에요. 저는 이러한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 그대로 ‘여성’들이 ‘스포츠’에 최선을 다 하는 영화라는 점이요. 영화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이 주는 아닙니다. 영화의 1순위도, 영화 속 선수들의 1순위도 모두 야구예요.

 

영화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몽타주 기법을 통해 역동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배경음악과 함께, 선수들이 공을 던지고, 치고, 뛰고, 슬라이딩하는 장면들을 짧고 빠르게 나열합니다. 그러면서도 스토리 상 중요한 경기들은 긴 호흡으로 자세하게 보여주죠. 특히 야구팬이시라면 흥미진진한 야구 경기 하나를 관람하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그들만의 리그〉를 보면서 1910년대의 할리우드가 떠올랐어요. 1940년대 야구처럼, 1910년대 할리우드 역시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영화를, 특히 액션 영화를 흥행으로 이끈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당시 영화 산업의 주축이 되던 서부 영화의 주연을 남성들이 맡으면서,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시리즈 형태의 에피소딕한 영화들을 여성 주인공이 이끌어가게 됩니다.

〈The Hazards of Helen〉 시리즈나, 〈Perils of Pauline〉 시리즈 등, 당시 정말 많은 여성 주연의 액션 영화가 개봉하고 흥행했죠. 오히려 2021년인 지금보다도 더 많은 영화들이요. 1910년대 후반에는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을 위해 남성들이 차출되면서, 할리우드 역시 배우나 작가뿐만 아니라 프로듀싱에서도 여성들의 참여가 높아집니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들의 영화를 더 다채롭게 만들어주었어요. 당시의 영화를 보면, 1910년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역동적인 여성 배우들의 액션씬도 등장합니다.

 

그때의 여자 야구와 여성 주연의 영화들이 말하고 있는 바는 무엇일까요? 현재의 야구계에서 국제 리그를 제외하고는 여성들을 위한 야구 리그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할리우드에서도 여성 주연의 액션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죠. 하지만 확실한 것은 두 분야 모두 여성이 흥행을 주도했던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반과 지원이라고 생각해요. 흥행과 지원 사이의 선후 관계를 어떻게 따질 것이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들만의 리그’에 열광한 적도, 여성들의 영화에 환호한 적도 있다는 사실을요.

저는 우리가 다시 그 광경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210930_유안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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