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래빗, 🍀 Dear our hopes 🍀

영화는 조조를 중심으로 전시 상황을 다루다 보니 폭력적인 장면들이 생략되어 있어. 경쾌하면서도 웅장한 음악, 밝은 톤의 화면과 함께 마치 동화처럼 사랑스럽게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 직접적으로 전쟁의 폐허를 제시하는 영화보다 이렇게 아이의 시선으로 냉혹한 현실을 전달하는 영화는 더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해. 마음껏 자유롭게 뛰어놀 아이들이 사회의 압력으로 인해 틀에 갇혔던 시대였잖아. 조조가 나치즘이라는 신념에, 엘사가 깜깜하고 앞이 막힌 터널과 같은 공간에 묶였던 것처럼 말이야. 현실은 영화가 보여주는 빛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으니까. 이럴 때에 아이의 시각은 관객들이 자신과 사회를 돌아볼 기회를 주고 있어. 아이들이 만나는 세상은 과거에 어른들이 일군 환경이잖아. 그래서 어린이의 고통에는 어른의 책임이 따르는 거지.

한편으로 전쟁을 아이의 성장과 결부하는 것은 사람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네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전시에는 사람이 개인으로 대우받지 못하잖아. 당연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게 강요되고, 개인의 권리는 타인에 의해 함부로 묶여서 낙하하지. 현실이 아닌 ‘영화’라서 관객은 어떠한 미래가 펼쳐질지 모르는 전쟁 속에서도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집중할 수 있어. 이는 전쟁을 비롯한 고된 현실로 다쳤던 사람들이 개인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희망을 실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한나 아렌트라는 철학가의 말이 생각나네. “우리에겐, 가장 어두운 시대에조차 어떤 등불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 지금의 우리는 세계대전같이 큰 소용돌이는 아닐지라도 수많은 갈등을 마주하고 있지. 하지만 우리는 어떤 사회이든지 살아가야 해. 내일을 바라봐야 하고. 현실을 버티려면 가끔은 희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앞으로 나는 사회에 조금이라도 숨결을 불어 넣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직은 미숙하지만, 고통을 겪는 누군가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조조에게 로지가 있었던 것처럼. 미래 세대는 지금보다 희망찬 사회를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말이야.

P.S. 〈조조 래빗〉을 보면서 〈벨파스트〉라는 영화가 생각났어. 북아일랜드의 분쟁을 버디라는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야. 하지만 〈조조 래빗〉은 인물 간의 ‘정(情)’에, 〈벨파스트〉는 ‘애(愛)’에 집중하여 주인공의 성장을 제시한다고 생각해. 함께 볼 작품으로 추천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