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 당신에게 가는 이 길의 끝을 모를지라도 🧣

한편, 캐롤과 테레즈는 상대에 대해 속단하지 않으려 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가득하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슨 일은 없는지. 아까는 마음이 상했을 텐데 용서해줄 수 있는지, 나랑 있으면 안심이 되는지. 혹 내가 도와줄 것은 없는지. 묻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서로의 안부와 기분을 계속해서 살핀다. 확신을 갖기보다는 확인을 해가는 것이 두 사람이 사랑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가 “윤리 조항”의 문제로 다뤄지며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치부되기에 이 관계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혹시 모를 상황에 총을 챙기거나 아무도 몰라야 안심할 수 있는 상황들. 그 속에서 테레즈는 캐롤을 돕지 못한 것에 무력감을 느끼고 “내가 이기적이어서” 그렇다며 자책한다. 당분간은 만나지 않기로 하고 떠나버렸지만 기다리라 할 걸 그랬다며 후회하는 캐롤도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이 사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사랑해서 내린 결정들조차 최선인지 알 수 없다. 우리의 최선은 언제나 각자의 솔직함에 기대고 있을 뿐. 그리고 그저, 함께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래서 그 모든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다시 한 번 보기로 결심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에 길을 잃었던 투명해진 손끝과, 붉은 조명 아래 흔들리는 인화액 위로 몇 번이고 새겨졌을 기억이라는 인장을 넘어. 딸을 잃어버릴 부당한 위기에 처했을 때 나를 부인하지 않고, 더 이상 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말이 두렵지 않은 내가 되었기에. 리츠 타워호텔 바에서 6시 30분. 캐롤과 테레즈는 다시 한 번 정립한 ‘나’와 ‘너’로서 서로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