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모순을 들추고 믿음을 흩뜨리는 미래형 피노키오 🧚

온실가스로 인한 극지방의 해빙으로 지구의 대부분의 영역이 물에 잠겼다. 자원은 고갈되고 빈부격차는 극심해졌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던 인간은 ‘엄격한 임신 허가제’를 도입해 개체 수를 조절하고, 사회 경제를 유지하고자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로봇 ‘메카’를 만들었다. 배고픔도 모르고, 자원도 소모하지 않는 그런 존재를. 현재의 메카는 팔다리 움직임도 섬세하고, 언어도 정교하며, 고통과 같은 인간적인 반응도 할 수 있다. 이제는 아이를 돌보는 유모 로봇도, 성적 관계 혹은 사랑을 대신해 주는 애인 대행 로봇도 있다.

그런 세상에서 로봇 연구의 선구자 하비 박사는 ‘감각 수동 장치’ 개발을 선언한다. 일명 부모를 사랑하는 아이 로봇을 만들겠다는 것. 부모라고 지정된 존재에게 순수하고 영원한 사랑을 주는, 더구나 아프지도 변치도 않는 다정한 메카를 만들겠다는 게다. 임신 허가제 때문에 아이를 갖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자식’이라는 행복을 주겠다는 포부다. 물론 경제적인 논리와 정서적인 지점을 교묘히 뒤섞은 말일 뿐이지만 말이다. 로봇의 헌신적인 사랑에 대한 책임은 어느 누구도 지지 않는다. 인간은 이제 창조주와 비슷한 존재로 승격했고 로봇은 아담이 되었기에, 어떤 윤리적 문제도 그저 신의 뜻이겠거니 넘어가자는 단순하고도 오만한 논리이다.

근무 기록, 생활의 질, 그리고 회사에 대한 친화성을 기준으로 선별된 헨리 스윈트의 집으로 한 아이 로봇이 보내진다. 불치병에 걸려 냉동된 친아들 마틴을 대신할, 7개의 단어를 말하면 영원한 사랑이 등록되는 로봇 데이비드다. 모니카의 등록 절차를 기점으로 데이비드는 마틴이 살아 돌아왔을 때도, 모니카가 자신을 버리고 떠났을 때도, 진짜 인간이 되고자 모험을 떠나는 모든 순간에도 어머니를 맹목적으로 사랑한다. 생존과 보호를 위해 부모를 사랑하는 그 나이 때 아이처럼 말이다. 설정값이 부여된 존재이지만, 영화 속에서 일관되게 사랑에 대한 감정을 고수하고 책임을 다하는 존재는 다른 누구도 아닌 몇천 년간 어머니의 사랑을 갈망하다 끝내 복원을 통해서라도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데이비드 자신이다.

오히려 사랑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건 인간들 쪽이다. 모니카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잊고자 자식 대행 로봇인 데이비드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다. 그러나 기적처럼 살아 돌아온 친아들 마틴과의 반복되는 트러블로 인해 끝내 그를 사이버트로닉스 인근 숲에 유기하고 떠나버린다. 자식을 향한 사랑보다는 도리어 상실감으로 인해 대체물을 찾고자 하는 이기적인 욕심이 더 눈에 띄는 지점이다. 필요로 인해 구매되었다가 쓸모가 없어져 버려지는 몇몇 존재들을 떠올려 보았을 때, 인간의 사랑에 대한 몇몇 의문이 생긴다. 인간은 고차원적이고도 책임감 있는 사랑을 하는지, 마냥 그렇지 않다면 그런 사랑을 받을 만한 존재인지 하는 그런 질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