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 우리 아파트 정상영업합니다 🤕

콘크리트 성냥갑 같은 한국에서 진정한 ‘집’의 의미를 끊임없이 질문해온 강유가람 영화의 진원에는 은마아파트가 있었다. 자신도 은마아파트에 살며 은마아파트를 떠나지 못하고, 그 집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대출이자를 감당하는 부모님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어디 사냐’는 말을 공연히 ‘부당하게 오른 집값이 부끄럽지 않냐’는 말로 이해하곤 했다. 대학에 들어가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도 시민단체에서 일하며 버는 돈으로는 독립하기 어려웠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고 다짐했을 뿐인데 독립은 더욱 먼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 집의 경제적 상황을 정확히는 알지 못하기에 불안하고, 당당하게 집을 밝힐 수 없어 불행하다.

정신적으로는 이미 독립하고 심지어 멀어졌지만, 경제적으로는 독립할 수 없는 애매한 상태. 이것이 감독만의 일은 아니다. 집이 뭐길래 족쇄처럼 나의 일부로 남는 것일까. 강유가람 감독의 작품 흐름 속에서 〈모래〉를 보면, 그 족쇄가 되었던 ‘집’에 대한 깊은 고찰이 있었기에 이런 필모그래피가 존재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도시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바라보는 그만의 온기어린 시선, 그리고 대안적인 가족과 집에 대한 상상력들이 역설적으로 ‘집을 집처럼 느끼지 못함’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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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을 돌아다닐 때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합니다’ 플래카드를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지 묻고 싶다. 안전함을 인정받아서가 아니라 안전하지 못함을 확인받아서 축하한다는 말이다. 재건축을 하면 집값이 오를 것이기 때문에. 내 집이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기괴한 문화가 아닐 수 없다.

모래 땅 위에 세워진 집, 무너져 없어진 후에야 값어치를 할 수 있는 집을 붙들고 살아야 하는 것이 불행인지, 그 집조차 갖지 못해 매일 사람들 틈에 낀 채 길 위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이 불행인지. 감당 못할 이자에 허덕이는 이도, 떠나보낸 집이 오롯한 내 재산이었던 것만 같아 아쉬워하는 이도 불행하긴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우린 이 좁은 도시를 나눠먹으며 살아가야 할까. 언제쯤 나를 밀어내지 않을 나의 집을 가져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