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사랑에 빠진 것처럼〉
고향과 전공이 같은 여대생을 집으로 불러 외로움을 달래려는 노교수 ‘타카시’, 자신을 기다리는 할머니는 만나지도 못한 채 할아버지뻘의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아키코’, 애인의 비밀에 대한 의심이 집착이 되어 버린 ‘노리아키’의 불편한 삼자대면. 모두가 사랑을 외치지만 ‘진짜’는 없는 대도시의 하루가 위태롭게 흘러간다.
💣 거짓의 도시에서 파국의 드라이브를 💣
타카시의 집을 방문한 아키코의 대사는 원본과 모방에 대한 영화의 질문을 함축한다. “누구를 닮았다는 말을 듣지 않는 날이 없다”는 아키코는 공통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사진이나 그림들을 가져와 자신과 닮지 않았는지 묻는다. 야자키 치요지의 ‘교무(教鵡)‘, 타카시의 아내 사진, 그리고 타카시의 딸 사진. 무엇을 모방하느냐에 따라 아키코는 그에게 그림 속 여인처럼 감상의 대상이 될 수도, 배우자에게 받았어야 할 사랑을 연기할 수도, 딸에게 받고 싶었던 관심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림 속의 앵무처럼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모방이기에, 진정한 관계에서만큼 그의 욕망을 충족해 줄 수는 없다.
Qué será, será / Whatever will be, will be / The future’s not ours to see
무엇이 일어나든, 되든 간에 미래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230831_성하 보냄.
[참고문헌]
한병철, 『에로스의 종말』,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Nico Baumbach, 「Like Someone in Love: On Likeness」, 『The Criterion Collection』.
https://www.criterion.com/current/posts/3170-like-someone-in-love-on-likeness